<아버지의 퇴근길>
어제를 넘어 오늘로 이어지는 퇴근길
어깨를 토닥이며 나를 쫓는 달그림자
귓가를 웅성이는 고함과
끊임없이 밀려오는 서류더미와
말없이 더 아래로 조아리는 머리에
내가 무어라고
위대해지지 말자고
되뇌이고 되새겨
초라하게 줄어든 나를 담아
삭히고 멍든 가슴을 꾹꾹 모아
차디찬 밤공기 담배연기 실어 보낸다
한푼두푼 쌓이는 적금소리에
재잘이는 식구들 웃음소리 들리고
한손에 덜렁이는 아이스크림에
퇴근후 반겨주는 식구들 달콤함 있다
내 아버지도 그랬겠구나
어느덧 그 시절 아버지만큼 살았구나
내 아버지도 나처럼 어렸겠구나
내 아버지도 말없이 버티었구나
퇴근길 다시잡은 현관 문고리
헛기침 한번에 어깨를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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