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앞에서 고은 우리는 오늘 뭔가를 놓쳐버리고 있지 않은가 꼭 찾아야 할 것을 엉겁결에 열차는 떠나버리고 꼭 이루어야 할 것을 저 하늘 높이 휘날릴 깃발 결코 헛될 수 없게 꼭 이루어 내일의 푸른 들녘 가득히 피어날 꽃을 앞두고 우리는 오늘 뭔가를 몽땅 놓쳐버리고있지 않은가 밤마다 여기저기 모여 자꾸 주사위만 던지면서 꼭 만나야 할 것을 그냥 보내고 말지 않았던가 차가운 밤거리 지나가던 지난날 통금시대 안마장이 소경의 피리소리 그것마저 보내고 난 숨막히는 정적 우리는 한때 거기에 활을 쏜 적이 있다 그러나 너무나 오래 외치던 소리들도 사라지고 바람만 떼굴떼굴 구을러와 뼈라조각 비닐조각 신문지조각 이것이 자유였던가 우리는 오늘 뭔가를 놓쳐버리고 있지 않은가 역사라는 말 또는 역사의 마지막이라는 말 그렇게도 많이 썼건만 언제나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할 일을 다했던가 뼈아픈 먼 산맥들이여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황야 그것을 위해 싸웠던 세월 그것들을 위해 더이상 무엇이었던가 한 자루 촛불 앞에서 우리는 결코 희한에 잠기지도 않거니와 우리는 결코 기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는 오늘과 오늘 이전 그 누누한 시간 뭔가를 놓쳐버리고 있지 않은가 촛농이 흘러내리자 한층 더 밝아진 촛불 앞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
|
리듬에걸터앉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