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에걸터앉은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아버지의 퇴근길 어제를 넘어 오늘로 이어지는 퇴근길어깨를 토닥이며 나를 쫓는 달그림자 귓가를 웅성이는 고함과끊임없이 밀려오는 서류더미와말없이 더 아래로 조아리는 머리에 내가 무어라고위대해지지 말자고되뇌이고 되새겨 초라하게 줄어든 나를 담아삭히고 멍든 가슴을 꾹꾹 모아차디찬 밤공기 담배연기 실어 보낸다 한푼두푼 쌓이는 적금소리에재잘이는 식구들 웃음소리 들리고 한손에 덜렁이는 아이스크림에퇴근후 반겨주는 식구들 달콤함 있다 내 아버지도 그랬겠구나어느덧 그 시절 아버지만큼 살았구나 내 아버지도 나처럼 어렸겠구나내 아버지도 말없이 버티었구나 퇴근길 다시잡은 현관 문고리헛기침 한번에 어깨를 올려야겠다 더보기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순간, 나는뉴턴의 사과처럼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하늘에서 땅까지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 사랑 이었다 더보기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한여름 뙤약볕을 머리에 인 채 호미 쥐고온 종일 밭을 매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그 고된 일 끝에찬 밥 한덩이로 부뚜막에 걸터 않아끼니를 때워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한 겨울 꽁꽁 언 냇물에맨손으로 빨래를 해도 그래서 동상이가실 날이 없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난 괜찮다 배부르다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더운 밥 맛난 찬 그렇게 자식들 다 먹이고숭늉으로 허기를 달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발뒤꿈치가 추위에 헤져 이불이소리를 내고 손톱이 깍을 수 조차 없게닳아 문들어져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술 좋아하는 아버지가허구헌날 주정을 하고 철부지 .. 더보기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벼랑 끝 100미터 전. 하나님이 날 밀어내신다. 나를 긴장시키려고 그러시나? 10미터 전, 계속 밀어내신다. 이제 곧 그만두시겠지. 1미터 전, 더 나아갈 데가 없는데 설마 더 미시진 않겠지? 벼랑 끝. 아니야, 하나님이 날 벼랑 아래로 떨어뜨릴 리가 없어. 내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너무나 잘 아실 테니까. 그러나 하나님은 벼랑 끝자락에 간신히 서 있는 나를 아래로 밀어내셨다. ..... 그때야 알았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더보기 뜨겁지 않다 뜨겁지 않다.머릿 속 꿈만 가득한 공상가의 가슴이 뜨겁지 않다. 뜨겁지 않다.헐떡일 심장이 두려워 출발선 발을 떼지 못하는 다리가 뜨겁지 않다. 뜨겁지 않다.순간의 불길 속에노래로 약속한 영원한 사랑을얼싸 안지 못하는두팔이 뜨겁지 않다. 뜨겁고 싶다.가을 노을의 축복을 한껏 움켜안고폭풍속 질주를 두려워 않는 온몸으로 뜨겁고 싶다. 거리의 그대는 뜨겁지 않았던가그대의 온몸은 열기를 기억할지니 더보기 촛불 앞에서 - 고은 촛불 앞에서 고은 우리는 오늘 뭔가를 놓쳐버리고 있지 않은가 꼭 찾아야 할 것을 엉겁결에 열차는 떠나버리고 꼭 이루어야 할 것을 저 하늘 높이 휘날릴 깃발 결코 헛될 수 없게 꼭 이루어 내일의 푸른 들녘 가득히 피어날 꽃을 앞두고 우리는 오늘 뭔가를 몽땅 놓쳐버리고있지 않은가 밤마다 여기저기 모여 자꾸 주사위만 던지면서 꼭 만나야 할 것을 그냥 보내고 말지 않았던가 차가운 밤거리 지나가던 지난날 통금시대 안마장이 소경의 피리소리 그것마저 보내고 난 숨막히는 정적 우리는 한때 거기에 활을 쏜 적이 있다 그러나 너무나 오래 외치던 소리들도 사라지고 바람만 떼굴떼굴 구을러와 뼈라조각 비닐조각 신문지조각 이것이 자유였던가 우리는 오늘 뭔가를 놓쳐버리고 있지 않은가 역사라는 말 또는 역사의 마지막이라는 말 그렇게.. 더보기 서시 - 이시영 서시이시영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어서 어머님의 긴 이야기를 듣자 더보기 아버지 아버지가 18살 아들에게 묻는다 공부는 잘하고 있느냐. 대학은 정했느냐 아버지가 22살 아들에게 묻는다 군대는 언제갈 생각이냐 아버지가 27살 아들에게 묻는다 취업준비는 잘하고 있느냐 아버지가 33살 아들에게 묻는다 결혼할 여자는 사귀고 있느냐 18살 아들이 아버지께 답한다 제 인생은 제가 결정할께요 22살 아들이 아버지께 답한다 제가 알아서 할께요 27살 아들이 아버지께 답한다 먹고 살기가 쉽지 않네요 33살 아들이 아버지께 답한다 아버지가 만나보시고 말씀해주세요 그때는 왜 몰랐을까 아들이 아버지의 아들로 조금씩 커갈수록 아버지도 아들의 부모님으로 조금씩 성숙하고 계신다는걸 조금씩 나이를 먹으며 커가는 18살의 아들도, 22살의 아들도, 27살의 아들도, 33살의 아들도 아버지에겐 늘 처음 키우는 18.. 더보기 어머니의 된장찌개 똑같은 아침 식사가 되풀이 되었습니다. 스크램블, 소시지, 감자...매일 되풀이 되는 아침 식사 입니다. 소시지를 입에 대었을 때, 문득 어머니의 된장찌개가 생각났습니다. 보글보글 거리는 소리엔, 늘 저를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따뜻한 잔소리가 끓고 있고 청양고추에서 흘러나온 빠알간 거품엔, 세상은 쉬운게 아니라며 열심히 살라는 어머님의 격려가 묻어 있고 속살 하얗게 보들보들한 두부 조각엔, 힘들고 지칠 때면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어머니의 품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이순간, 어머니의 된장찌개가 이토록 그리운 건 한 해가 저물어 갈수록, 어머니의 주름살 만큼 깊어지는 된장찌개의 맛과 미처 뚝배기처럼 가열차게 달궈지지 못하고 미지근한 모습으로 어머니 앞에 나타날까 걱정되는 제 자신의 모습 때문입니다. 지금의.. 더보기 너에게 묻는다 & 연탄 한 장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느냐?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