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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space

디트로이트의 남자는 안하고 싶어

미국온지 6개월동안 여행간 곳이라곤 같은 주에 있는 미시건호수, 시카고 4시간 방문이 고작이었다. 이마저도 학교 프로그램에 의해 타의적으로 갔던 여행...평소에 워낙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인지라...(여행을 갔다오면 견문이 넓어진다느니 고민거리가 정리된다는 등의 얘기는 본인에게 씨알도 안먹히니 이에 댓글은 삼가해주기 바람!!)

아무튼, 이번에 정말 큰 맘먹고(살아오면 흔치 않은 몇번 중 하나이다) 버스로 2시간가는 디트로이트에 갔다. (비행기타고 가는건 귀찮아서 못가겠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한국학생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마지막으로 귀국을 3일 앞둔 형님과 함께 기념으로다가 다녀왔다. 그래도 나름 본인의 의지에 의한 첫 여행인지라 조금의 설레임이 가미되었다.


이 우람한 뒷바퀴를 보시라...본인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디트로이트 McNamara공항까지 데려다 주었던 고속버스...인터넷으로 예약만 하면 정류장에서 기사 아저씨가 친절하게 이름확인하고 태워준다. 좌석에는 전기 콘센트도 있고 이동중에도 무선인터넷이 가능한지라 심심하지 않게 여행할 수 있다. 그리고 특이한건 버스 맨 뒷자석에 화장실이 자리잡고 있다. 덕분에 휴게소에서 쉬지 않는다능;;;


디트로이트 McNamara 공항에 오면 다 온건줄로만 알았건만...디트로이트 시내는 한참 더 가야 한단다...젠장...자가용으로 가면 30분거리이지만, 비용을 아끼기 위해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혹시라도 디트로이트 가는 분들을 위한 정보!! 위 사진에 있는 미시건플라이어 버스에서 내린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서 건너편에 있는 건물로 이동하여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본 버스를 만날 수 있다. 이름은 Smart버스이고(디트로이트 시내 구석구석을 다니는 버스회사 이름이다) 125번을 타면 1시간30분 정도 걸려서 디트로이트 시내에 도착할 수 있다.

이렇게 총 3시간30분을 걸려 도착한 곳!! 이제 시카고의 남자에 이어, 이제는 디트로이트의 남자??
 



이 얼마나 늠름한 용자의 모습인가!!! 월동준비를 위해 장만한 군밤아저씨 모자를 쓰고!!! 근데 뒤쪽으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거리에 사람도 없고...여기 시내 맞아??


미시건주의 수도는 랜싱이지만, 경제도시는 디트로이트이다. (미국 대부분의 주가 수도와 경제도시를 각각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곳이 정녕 미시건주를 이끌었던, 그리고 자동차의 도시라 불리던 디트로이트란 말인가!!!


이 음산한 분위기를 보라...흡사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시를 온 것 같은 기분이다...GM사가 망한 이후, 디트로이트는 더욱 경제침체를 겪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도로에 다니는 차도 거의 없고, 사람들도 없다. 미국내 범죄율 1위의 도시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건 아닌 것 같다.


건물 곳곳에 불에 타거나 폐허가 된 곳이 많았다. 열려있는 상점도 거의 없었다. 참고로 디트로이트는 영화 로보캅의 배경이 된 도시이기도 하다.


심시티를 해본 유저라면 이런 도시 모양 많이 보았을 것이다. 심시티에서 이런 건물을 해체하지 않으면 주변 상권이나 주거공간이 몰락하곤 했다.


그나마 디트로이트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이유는 그나마 건물에 불이 켜져 있기 때문이다.(거의 대부분의 건물에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정말 무섭다...덜덜덜;;;


하지만 이쯤에서 굴복할 시카고의 남자가 아니었다. 본인과 눈한번 마주치면 유령도시도 번화가가 된다!! 귀엽게 황정음 포즈로 셀카 한장!! 아~ 뽀샤시해~~~


간단하게 샌드위치 하나로 요기를 한후 호텔을 찾기 시작했다...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묻고 물어...결국 알아낸 사실...걸어서 못간다...4km가 넘는 거리라고 한다...젠장!!

지나는 택시도 없구만...어렵게 도시를 서성이다, 택시 한대를 만나 보금자리로 고고싱~


왠지 시카고의 남자와 어울리는 호텔 로비 인테리어...흠...역시 나란 남자는...훗


호텔방은 그럭저럭 쓸만한 방...침대는 두개...근데 원래 미국 호텔은 음료수도 안주는 거야? 한국에서 모텔가면 냉장고에 음료수도 꽉꽉 채워져 있더만, 여긴 음료수는 커녕 칫솔이랑 치약도 없다. 티비 화질도 완전 구리고...(참고로 모텔얘기에서 이상한 상상하지 말길;;;임모씨와 촬영차 지방 모텔에 머물렀던 경험밖에 없음...왠지 이 사실이 더 슬프다...ㅠ.ㅠ)

형님과 본인 둘다 길찾느라 피곤에 지쳐, 한숨자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창밖으로 밖을 내다보니, 도저히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어떻게 저녁7시에 사람 한명, 차 한대 없을 수가 있는거지? 맛집이라도 찾아가고 싶었으나 아까도 말했듯이 열린 음식점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총격전이 자주 일어난다는 이 곳에서 해가 진 이후에 돌아다니는 건 자살행위와도 같기 때문에 조용히 호텔 레스토랑을 찾았다...

음식 맛은...내가 양식 만들어도 이거보다 낫겠다!!! 참고로 미국에서 절대로 돼지고기 요리를 먹지 말길...아무리 양념해서 냄새나서 못먹는다...차라리 돈 더주고 쇠고기 먹던가, 아니면 치킨이나 새우같은 해삼물 먹길...

다음날 아침...어제의 허기진 배를 움겨잡고 근처 패스트푸드점을 찾아 다녔다. 드디어 파파이스 발견!! 미국온후 처음으로 패스트푸드점 가본게 시카고 맥도날드 였으므로, 이 곳이 나의 미국생활 두번째 패스트푸드점 방문 되겠다.

 
어제 저녁을 시원치 않게 먹고 밤늦게 잠든지라, 배고픈 배를 움켜쥐고 찾았건만...뭔가 많이 시켰는데 요게 다이다. 맛은? 미국애들이 왜 맥도날드 가는지 알겠다...파파이스도 가지 말아야할 곳에 추가시켜야겠다 -.-^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까지 시간이 남은지라, 어제 택시를 타고 왔던 4km를 걸어보기로 했다. 그래도 디트로이트에 왔는데 관광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인터넷으로 찾은 지도를 디카로 찍어서, 고거 확인하면서 걷고 또 걸었다...

어쩜...이토록 볼게 없을까...그 흔한 백화점이나 쇼핑몰도 없고, 박물관도 눈에 띄지 않는다. 포드 박물관이 나름 유명하긴 하지만, 그곳은 디트로이트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라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그래서 걸으며 만나는 건물마다 그동안 한학기 동안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읊어보기로 했다.


요건 고딕양식이다...샤르트르 대성당에서 쓰였던 버트리스라는 걸 따라해보려고 한 것 같다. 가운데는 로즈 스테인글라스를 따라했고, 문 바로 위에는 로마네스크시대에 쓰였던 팀파늄이 있지만, 부조는 되어 있지 않았다.


여건 고대 로마시대 처음 만들어졌던 로툰다랑 비슷하게 생겼다. 위에 돔이 있고, 그 가운데 빛이 들어가는 오큘러스가 있다. 그런데 이 건물에 재미있는 점이 있다. 고대 로마시대의 로툰다를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 사람들이 일반인을 위한 주거용 집으로 이 모습을 본따서 빌라 로툰다를 만들었고, 이후에 신클래식 시대에 미국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이 모습을 본따 대통령을 위한 주거용 집으로 몬티첼로를 직접 설계했다. 그러므로 이 건물은 미국인들에게 나름 뜻깊은 건물이라 할 수 있겠다.


요건 르네상스 시대의 플로렌스 대성당과 그 앞모습이 흡사 비슷하다. 하지만 르네상스 양식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조금 응용변화된 모습이 많다.


우연히 발견한 아시아 양식의 건물!! 기와는 우리랑 비슷한데 처마가 조금 다른 것이 중국인지 우리나라인지 모르겠다;;


폭스극장!! 온통 불꺼진 디트로이트에서 나름 화려하게 조명발 세우고 있는 건물...그런데 상영작이 세사미 스트리트 라이브란다...어린 시절 세사미 비디오를 보던 추억을 되살려볼까 했으나, 그냥 지나감...상영작을 보니 왜이리 이 극장이 안쓰러울까.


코메리카 야구장...참 우울하게도 생겼다.


가운데 저멀리 보이는 은색 원형기둥 모양의 GM건물...한때 이 도시의 주인이었거늘...


아저씨는 누구세요??


날씨와 간판...그리고 구멍난 성조기가 왠지 디트로이트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 같아서 한장 찰칵!!

이렇게 사진과 글을 올리니, 나도 왠지 좀 배운 놈 같은 분위기가 나는 걸~ ㅎㅎㅎ
하지만 원래 의도는, '얼마나 쓸게 없으면 학교에서 배운걸 여기서 줄줄이 늘어놓겠냐'...바로 요거다...

돌아오는 길에 건물 구경하면 쭈욱 걸어오며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딱 한명의 흑인!!
"약 있는데, 약 사실래요?"
-.-;;; 노땡큐를 5연타 연발로 날리고나서야 우리를 놓아줬다능;;; (무지 친한척하며 계속 따라오며 말건다;;;)

대략 디트로이트 여행 감상을 정리하자면...
여행가지 말아야할 도시에 추가해야 할 듯 하다...
첫인상은 '여기 고담시야?'
마지막인상은 '우리나라 공업도시, 잘 살려야겠다'

뭐...인생에서 최상의 선택을 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큰 행운이겠지만
뭐 그게 쉬운일인가...나쁜 선택을 하고, 하나씩 지워가며 좋은 선택을 위한 '선택의 폭'을 좁혀가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여행도 마찬가지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