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내내 강풍과 추적추적 내리는 비로 마음까지 우울했다.
하지만 오늘아침 블라인드를 걷자, 창밖에서 햇빛이 쏟아진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스름한 저녁, 홀로 산책을 나갔다.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나 집안에 틀어박혀있던 나였는데...
이런 적이 없었는데...나도 이젠 바뀌었나보다^^
이제 이 곳에 온지 10개월째...말로는 못 다했지만, 늘 한국에 있을 가족과 친구들을 그리워했다.
마치 나홀로 섬에 갇힌 채, 그 섬이 사람들 사이를 둥둥 떠다니는 느낌조차 받았다.
눈이 있고, 귀가 있고, 입이 있었으나
제대로 읽고 쓸 수 없고,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고, 제대로 말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미국인이 아니어도 좋으니, 하루에 단 한마디라도 말을 건낼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심지어 하루종일 입을 통해서 '언어'란걸 내뱉어본 적이 없는 날도 있었다.
그럴때면 집으로 돌아와 치약을 붙잡고, 옷걸이를 붙잡고, 책상을 붙잡고 이야기했다.
사람이 외로움이란 것에 몰리면 어떻게 변하는 가를 스스로 확인했다.
그땐 왜 그랬을까...지레 짐작컨대, 나 자신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부족한 사람'
'남들보다 2배 이상을 노력해도 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사람'
'나는 과연 성공한 미래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이 순간이 헛수고는 아닐까'...
항상 이런 생각들로 나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몇날 몇일을 단 한숨도 안자고 밤을 새야 직성이 풀리고, 궁지에서 발휘되는 힘만이 나의 참된 성과라고 믿었다.
하지만, 위의 생각들은 나의 생활자세로만 남겨두는 것이 타당했다. 일련의 상념을 나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해서는 안되었다.
이 곳에서 1년 가까이 공부를 하며, 나의 계획에서 어긋나지 않는 성과를 얻었다. 그것은 나의 학점과 교수들이 얘기해주는 나에대한 평가에서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 난 잘하고 있다'
나는 나에게 칭찬이 필요한 사람이다. 어떤이는 칭찬이 오만을 부르는 독약이 될 수 도 있겠지만, 나라는 인간은 칭찬이 필요한 사람이다.
20여년 살아오는 내내, 나는 나 자신을 칭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나를 궁지로 몰아넣으며,
'내 인생 전체를 돌이켜볼 때, 참된 성과의 시간은 고작 일주일 남짓일 것이다'
라는 생각을 늘 품고 살아왔다.
이젠 남들의 칭찬을, 칭찬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자신감도 늘어난다. 홀로 방안에 틀어박혀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언어를 배우기 위해 억지로 미국친구를 사귀려 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오히려 자연스레 수업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한다.
언어는 학습이 아니라 부담감을 줄이고 자신감을 키우는 데서 발전을 시작하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생각에 예전에 자주 찾던 학교 정원을 찾았다.
날이 벌써 어둑어둑해져 예전의 아름다움은 볼 수 없었다.
겨울을 지내고 난 후여서 그런지, 분수대에 고여있던 물도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밝게 빛났다.
이제야 겨우 나도 이 곳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게 되었다.
오직 집-버스-학교 만을 오가며 질끈 감았던 눈을,
이젠 다시 뜨고 주변 경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외로움으로 숨막혔던 가슴은,
이제 맑은 공기를 다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언제나 노심초사 시험에만 매달려 극도로 긴장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젠 조금씩 공부 자체에 재미를 느껴가고 있다.
'늦깍이 공부'를 창피하게 여기고 스스로 질책만을 가했지만
이젠 마음의 평안을 찾으며, 열심히 해보고 싶다.
이젠 이 곳이 편안하게 느껴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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