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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낡은서랍속바다

첫 마음

무언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달동안, 열심히는 하지만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
스스로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국에서 토플공부를 하던 때 같지 않았다...
처음엔 '새로운 곳에 오니 적응하느라 그러겠거니' 했다...
두달이 지나고 조금씩 적응해가니
이번엔 그리움이 끼어들었다...
과거의 아쉬움을 끄집어 냈다...우울해졌다...
하지만 기왕지사 엎어진 물, 어찌 되돌리랴...
혼자 타지에 떨어져 지내니, 이런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겠지...
그러려니 하며 넘겼다...하지만,
스스로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여전했다...

오늘 문득 떠올랐다...
내가 갑작스레 유학을 결정했던 이유...
그리고 아끼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이 곳에 온 이유...

구질구질하게 살기 싫었다...
남에게 부탁하고, 작은 것 때문에 경쟁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작은 계약 하나 때문에 쌍욕 먹어가며 굽실거리기 싫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반드시 30대가 지나기전에 **원의 연봉을 받으리라 결심했다...

꼴랑 900원 버스요금내고 서비스 운운하는 불평이 듣기 싫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40대엔 내 손으로 운전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남에게 부탁하기보단 부탁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고
경쟁하고 싸우더라도 큰 것을 가지고 싸우고 싶었다...

그 순간 행복하더라도 구질구질하게 살기 싫었다...
내 인생에 대한 분노였다...

그래서 나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남보다 한참 부족하다는 걸 알기에
새벽부터 저녁까지 학원수업도 두 개씩 등록했고...
눈꺼풀이 무거워 더이상 공부를 할 수 없을 땐
상을 들고 전봇대에 앉아 단어를 외웠고...
겨울 칼바람 맞아가며 아침 첫 버스와 첫 지하철을 탔고
퇴근길 콩나물 마지막 지하철과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렇게 노력해도 겨우 남들을 쫓아갈 정도였다.
난 내 주제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8개월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
지금 여기에 왔다...이제야 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이 자리에 어렵게 왔는지 잠시 잊고 있었다...
얼마나 커다란 분노를 가지고 이자리에 왔는지,
잠시 잊고 있었다...

누군가 그랬다...내가 정말 합격해서 갈 줄 몰랐다고...
나도 믿지 않았다...내 주제에 무슨...
주제도 안되는데 여기 이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이를 악물고 왔는지,
그 고통, 그 분노, 그 다짐을 잠시 잊고 있었다...

수년 후 나의 모습이 지금 이대로일 꺼란 상상이
죽기보다 싫어서 독을 품고 여기에 왔다는걸
잠시 잊고 있었다...

죽어도 구질구질하게 살기 싫었던
그때의 감정이 다짐이 떠올랐다...

잠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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