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여우비가 오는 날
식탁 위의 작은 접시엔
메말라버려 파리가 앉은 희망의 조각
눈 비비고 취한듯이 다가가
창문 밖에 던지려다가
높은 빌딩 숲 끝에 매달려 이 노랠 불러
왜 난 여기에 왜 난 어디에
작은 몸을 기대 쉴 곳 하나 없을까
꿈은 외롭고 맘은 붐비고
내 피 속엔 무지개가 흐르나봐
달아나고파 날아가고파
이제 나를 자유롭게 풀어주고파
내 몸 안아 줄 저 허공의 끝엔
또 하나의 삶이 기다릴 것 같아
먼 곳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놀이터의 아이들 소리
자장가처럼 나를 조를 때 이 노랠 불러
왜 난 여기에 왜 난 어디에
작은 몸을 기대 쉴 곳 하나 없을까
꿈은 외롭고 맘은 붐비고
내 피 속엔 무지개가 흐르나봐
달아나고파 날아가고파
이제 나를 자유롭게 풀어주고파
내 몸 안아 줄 저 허공의 끝엔
또 하나의 삶이 기다릴 것 같아, 내길을 비켜줘
이제는 울기도 싫어 내게는 용기도 없어
마지막 남아있는 희망의 조각을
고이 고이 나의 품에 안은 채로
이렇게 살아오며 여지껏 하루 가도 안오면 까짓거
내일 오면 그땐 오겠지 생각하며 편안히 침대에 누워 꿈을 꿔
꿈 꿨던 모든 것 빠짐없이 지워 정말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다 미워
이젠 이런 생각만 하고 지내는 내가 정말 내가 너무나 싫어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난 후에 나는 무슨 일 있어도 절대로 후회
안하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지금 나의 모습 너무나 추해
이제 나는 정말 어떡해? 모두 다 정말 모두 너무해
이건 아닌데 정말 이건 아닌데 아무 기대 없이 그냥 허무해. . .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무도 없어
좁은 욕조 속에 몸을 뉘었을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모두 어딘가로 차를 달리는 길 나는 모퉁이 가게에서
담배 한 개비와 녹는 아이스크림 들고 길로 나섰어
해는 높이 떠서 나를 찌르는데 작은 달팽이 한마리가
어느새 다가와 내게 인사하고 노랠 흥얼거렸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내 모든 걸 바쳤지만 이젠 모두 푸른 연기처럼
산산이 흩어지고
내게 남아 있는 작은 힘을 다해 마지막 꿈속에서
모두 잊게 모두 잊게 해줄 바다를 건널거야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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