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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낡은서랍속바다

인생살이 팔자소관이던가...

(내 사진 아님. 퍼온 사진임-.-;;)

얼마전에 사주를 봤다. 개인적으로 종교를 비롯한 각종 초자연적인 것들에 대해 그닥 관심도 없고, 일부에 대해서는 강한 부정도 가지고 있는 터라, 내가 사주를 보러 갔다는 건 주위 사람들에게 잘 이해되지 않는 행동 중 하나이다.

예전에 영등포에서 사무실 거처를 마련했을 때, 그 건물 매점 아주머니께서 열심히 명리학을 공부하시며 나의 생년월일로 연습을 하시던 모습 때문인지, 그 이후로 나에게 사주는 '미신'이라기 보다는 '통계학'으로 인식되었다. ('이때 태어나고 이렇게 생긴 사람들이 이렇게 살더라'는 거대한 통계의 축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미국으로 가기 전에 재미삼아 친구들과 강남 길거리 노점에서 한번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낯간지러울 정도로 좋은 얘기만 해줘서 기분풀이 삼아 5만원 날렸다는 생각하며 지나쳐 버렸다.

그런데 얼마전, 어머님께서 꼭 만나야할 사람이 있다며 데려가신 곳은, 점집이 아니라 미용실이었다;;; 황당하게도 미용실 사장님의 남편이 명리학을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신변잡귀를 본다거나 하는 능력을 가진 분은 아니었고, 명리학을 열심히 공부하신 분이었다.)

어차피 사주라는 것이 책보고 누가누구 많이 그리고 자세하게 풀이하냐에 승패가 달려있기 때문에 그닥 관심없이 듣고 있었는데, 재미있게도 이 사람은 '내가 이렇게 잘 될 꺼다, 이런 복이 있다'는 얘기는 짧게 거두절미하고, '앞으로 이런걸 조심하며 살아라'라는 우울한 얘기만 쏟아놓았다.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혼자 착하게 살려고 하지 마라. 유도리 있게 살아라.
공부는 네 길이 아니다.

대단하신 분이었다. 이제 막 공부하고 있는 사람한테, 공부는 네 길이 아니라고 일침을 놓다니;;; 더군다나 착하게 살지 말랜다. 사람을 너무 믿음과 신뢰로만 믿으려고 하지 말랜다. 그럴수록 내가 더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마지막 얘기는 나름 일리 있는 얘기였다.)

얘기를 듣고 와서는 '악한 마음 먹지 말고 착하게 살되, 상처받지 않게 조금 유도리있게 살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공부가 길이 아니라는 얘기는 직업선택에 관한 얘기라고 스스로 결론지었다. 나도 공부해서 벌어먹을 생각은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착하게 살자'고 마음 먹으니 욕심이 안 생긴다.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오늘 미국어머님을 뵙고 난 후의 생각은

'내 마음대로 살자. 악하든 착하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문제. 벌 받을 사람들은 벌을 받아야지'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욕심도 생기고 목표도 생긴다. 목표를 꿈꾸니 지금의 고생이 즐겁고, 매 초가 아깝게 느껴진다. 출국을 남겨놓은 일주일...생각보다 이룬 것이 없은 듯하여 좌절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일주일을 어떻게 가치있게 사용하여 막판 역전을 만들 것인가를 꿈꾸게 되었다.

막판의 걸림돌로 등장한 이 놈의 몸살감기만 좀 어떻게 하면 시동 좀 걸릴텐데 말이다...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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