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 my space

눈물없인 들을 수 없는 감동의 수강등록 스토리~ 전!격!공!개!

아...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지난 2주동안 악몽에 시달리고, 집에 전화한번 먼저 하지 못하는 남모를 속사정...오늘 한방에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사건의 시작은 2주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주전...새로 다니게될 학교의 오리엔테이션에 갔다...입학생 전체에서 외국인은 달랑 20명...그 중 한국인이 10명...-.-;;; 나를 제외한 9명은 이미 그 학교 어학연수 과정을 6개월이상 다니며 친할대로 친해져, 오리엔테이션에 늦고 도중에 없어지고...짱개보다 더한 행동을...처음 보자마자 '친해지지 말아야지', '일본어 배워야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덕분에 아직 뚫리지 않은 귀로 경청하기에는 뇌에 쥐가 날 정도로 길었던 4시간의 오리엔테이션은, 나에게 추가질문을 할 수 있는 체력적 기회를 주지 않았다...수업을 등록하기 전, 평가시험을 보아야 한다는 얘기만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다음날, 평가시험을 보러 다시 학교를 찾았다. 새로갈 학교는 내가 살고있던 기숙사에서 버스로 30분거리. 게다가 미국버스의 특성상 거의 2~30분 혹은 1시간에 한대 꼴로 버스가 오는지라 왕복 2시간은 잡아야 했다.

3시간에 걸친 시험...읽기, 쓰기, 수학...

만점은 적었지만 그런대로 점수가 잘 나와서 안심하고 있었다...그런데 시험장에서 나오자마자 또 시험을 보라는 것이 아닌가...듣기 시험을 따로 또 보라고??

도저히 볼 수 없는 체력상태...한국말도 잘 안들릴 것 같았다...

듣기시험은 다음날 다시 학교를 찾아서 보았다...

일단 수강신청 전에 학교사이트에 내 아이디를 등록시켜야 한다...안된다...컴퓨터가 이상한가? 다른 사람 컴터를 빌려서 해봐도 안된다...다시 학교를 찾아갔다...아이디 등록이 안되는데 어디로 가야하는가 물었다...해결해 줄수는 있지만, 사무실이 없댄다...이메일이나 전화로 연락하랜다...다시 기숙사로 돌아왔다...

이메일을 보냈다...답장은 빨리왔다...시키는 대로 해보라며 답장이 왔다...안된다...내 컴이 이상하댄다...다른 사람 컴도 안된다고 하니, 이번엔 최신 프로그램을 써야 한다며 변명을 한다...그래서 최신 프로그램이라 했더니, 이번엔 인터넷 회선이 이상해서 그런댄다...말이 되는 소릴해!!

이렇게 10여 차례의 이메일이 오고가고, 혹시나 싶어 "내 인적사항을 다시한번 확인해 달라"고 했다. 왜냐하면 아이디 등록할때 내 생일을 넣기 때문이다...어이없게도...학교서버에 내 생일이 잘못 기입되어 있었다...;;; 이렇게 만 이틀이 지나서야 아이디를 만들었다...

이번엔 상담교수에게 상담신청 이메일을 보냈다...미국은 예약문화가 뿌리깊은 지라 급하다고 찾아가서 하소연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나는 2년후 편입을 계획하고 있는지라, 편입할 해당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수업에 맞추어서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상담은 필수였다...

이메일을 보냈다...다음날 답장이 왔다...휴가중이란다...외국인학생 담당하는 상담교수가 딸랑 2명인데, 1명이 휴가를 갔다...그것도 우리 개강날까지...

이메일로는 안되겠다...예약이라도 학교에 직접 가서 하자...버스를 타고 다시 학교로...나머지 한명의 상담교수 사무실을 찾아갔다...비서가 예약신청을 받아주었다...이메일이나 전화로 연락을 준단다...

다음날...그리고 또 다음날...이틀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다...다시 전화를 걸었다...알고 있었는데, 바빠서 연락을 못했단다...기다리랜다...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 물어봐도 기다리는게 맞다고 한다...

기다렸다...또 하루...그리고 이틀...주말이 지나, 연락주겠다고 약속한지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무 연락이 없었다...드디어 월요일...이번주 목요일이면 수업이 시작한다...난 아직 등록도 못했는데...ㅠ.ㅠ

안되겠다 싶어, 인터넷으로 직접 필요한 수업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어렵게 몇 과목 알아내어 등록하기 위해 학교 컴터실로 찾아갔다...근데 이게 모야...거기서도 몇몇 사람이 상담을 해준다...젠장!! 오리엔테이션때 나누어준 그 많은 설명지와 녹음까지 해와서 다시 들었던 오리엔테이션 발표자의 발언 그 어느 곳에도 수강등록 컴터실에서 상담을 해준다는 얘기는 없었다...알았으면 진작 왔지!!

상담을 받았다...그런데, 나의 쓰기 점수가 문제가 있다고 한다...정상적인 수업을 들을 수 없다고 한다...수강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나의 읽기, 쓰기, 수학 점수를 토대로 수업이 요구하는 기준 점수를 넘어야만 신청할 수 있다...당연히 대부분의 수업은 읽고 쓰는 것이 기본이다...심지어 수학 수업도 쓰기 점수를 요구한다...그런데 쓰기 점수가 부족하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그 상담교수의 조언은, 영어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영어보충수업 2개를 신청하고, 쓰기 점수가 필요하지 않은 수업을 하나 신청하라는 것이었다...그런데 영어보충수업 하나가 6학점...두개면 12학점이다...오리엔테이션때 발표자의 조언이 기억난다..."여러분~ 외국학생들은 첫 학기에 12학점은 꼭 들으셔야 해요~ 안들으면 집으로 돌아가셔야 해요~ 그런데 12학점 듣는게 생각보다 무지 힘들꺼예요^^" 웃으면서 얘기했다;;; 주위에 물어봐도 외국인으로서 첫학기에 12학점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영어보충수업 12학점에 다른 수업 4학점짜리를 또 들으라고?? 게다가 이 영어보충수업은 편입할 땐 점수로 계산도 안하는 쓰잘데기 없는 거란 말이다!!! 이런 썅!!!

수긍할 수 없었다...다들 쓰기 점수가 부족하다고만 할 뿐, 그래서 기준 점수가 얼마라고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상담센터에 찾아가서 다른 상담교수에게 상담을 신청했다...외국학생 담당이고 나발이고 필요없다...아무나 만나면 된다...대답은, 역시나...집으로 돌아가서 이메일을 기다리랜다...24시간안에 대답을 준댄다...수업시작 만 이틀을 남겨두었는데 24시간 기다리라니...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어렵게 왔는데, 또 남들과 같은 출발선에 서지 못하고 다시 뒤에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아무생각 안하고 잠이라도 푹 자고 싶었지만, 악몽에 시달렸다...새벽에 깨고, 다시 잠들고, 깨고...

이메일이 왔다...모르는 상담교수로 부터의 답장...컴터실에서 만났던 상담원과 똑같은 말을 한다...자기가 보기에도 영어보충수업 2개를 듣고, 쓰기 점수에 구애받지 않는 수업 하나를 들으라고...나의 질문은 그게 아니라, 내가 왜 쓰기 점수가 부족한지 이유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말이다...다시 이메일을 보냈다...이유를 알려달라고...하지만 시간이 없었다...다음날이 수업시작 바로 전날...수강신청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이 날까지 수강신청을 하지 않으면 입학이 취소된다...

학교에 찾아갔다...이 학교에서 2년동안 공부한 '싸부(나이어린 동생이지만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아서^^)'와 학교에서 만났다...그래도 모르니 다시한번 상담센터를 찾았다...2주전 휴가갔던 외국학생 담당 상담교수가 돌아와 있었다...어렵사리 상담실에 들어갔다...같은 말만 되풀이한다...쓰기 점수가 부족하댄다...이유를 물어봐도 그냥 부족하댄다...

결국 수강신청 컴터실에 앉았다...수강신청을 시작했다....헉 근데 이게 모야!! 영어보충수업이 모두 마감되었다...인원이 꽉 찬 것이다...영어보충수업을 담당하는 English Language Center를 찾아갔다...인원이 다 차서 자신들도 어쩔 수 없댄다...내일 수업시작인데, 혹시 수강신청 변경하는 학생이 생길지도 모르니 컴터 앞에 앉아있다가 자리 생기면 들어가랜다...그래서 물었다..."혹시 변경하는 학생이 없으면 어떡하죠?"...나에게 슬며시 홍보지를 꺼낸다...어학연수 코스다...솔직히 말하면 어학연수 학생은 그 학교 학생이 아니다...학교에서 운영하는 학원과 마찬가지이다...친절하게 가격까지 설명해준다.

싸부 앞에서 억지로 웃었지만...정말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2주간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필요할 때마다 학교로 직접 찾아오고, 이메일도 써보고, 전화도 하고...남들은 수강신청을 마치고 웃으며 학교를 나서는 저 길이...나에게만 왜 이토록 험난할까...

일단 영어보충수업은 기다려보기로 하고, 쓰기 점수에 상관없는 수업 하나를 신청했다...입학취소라도 면해야 했다...학교 문을 나섰다가, 다시 학교로 들어갔다...이메일이나 한번 확인해보자...

답장이 왔다...나의 쓰기 점수가 이상하댄다...쓰기 관련 시험이 두개인데, 나는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이다...두개 점수를 합해서 쓰기 레벨을 정하는데, 나는 아예 레벨이 없다고 한다...이럴수가...

다시 평가시험 보는 곳을 찾아갔다...나는 쓰기 점수가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그랬더니, 나의 이전 시험이 최고 등급은 받았지만 점수가 조금 부족해서 두번째 시험이 취소된거 였다고 한다...그런 기준 점수가 있었나? 시험취소? 이런 얘긴 들은 적이 없는데...지난 2주동안 아무도 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성적표, 오리엔테이션 설명지, 상담원, 상담교수...그 누구도 이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두번째 시험을 보고 싶다고 하자..."점수가 잘 나올지 모르겠네요"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결국 볼 수 있는 거였다...자신들이 판단해서 누락시킨 거였다...나에게 한 마디의 통지도 없이...난 두번째 시험이 있는지조차 몰랐다...참나, 자신들의 실수와 어리버리함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

심혈을 기울여 풀었다...이 한순간에 나의 1학기가 결정된다...결과가 바로 나왔다...2개 틀렸다...최고 등급이다...

결국 모든 것이 원위치로 돌아왔다...다시 당당하게 찾아간 수강등록 컴터실의 상담원도 문제없다고 이야기한다...내가 듣고 싶었던 수업 3개로 꽉 채워 12학점을 등록했다...등록금도 바로 내고 왔다...미국은 수업에 어떤 기구가 필요한지, 일주일에 몇 시간인지에 따라 각각 수강료가 다르다...때문에 학생마다 지불하는 등록금도 전혀 다르다...그래서 학생들도 한 수업을 등록하더라도,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수업을 고르려고 노력한다...


지난 2주간의 마음고생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남들은 쉽게 설 수 있었던 출발선에 오기까지가 이렇게 힘들줄이야...작년 10월부터 시작했던 토플시험, 그리고 미국에서의 2달...그렇게 10개월의 시간을, 하루도 빠짐없이 투자해서 지금 이 곳에 섰다...

남들은 쉬운 길이 나에겐 이토록 어려운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나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다...출발선에 서기 전부터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이유는 반드시 있을 것이다...그래서 열심히 할 것이다...반드시!!